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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기억의 수채화 .....

그리운 기억의 수채화 / 동목 지소영


주어진 삶의 시간 속에서 보고 싶은 갈망 숙제처럼 가슴 한쪽에 밀쳐 두고 마음만 채찍 하며 살아가게 되네요 당신도 그러한가요 구석구석 은밀하게 나누어 주시는 그대 달콤한 영혼의 노래 귀 기울여 내 가슴에 담지도 못하고 아침과 밤을 멀미하듯 보내는 눈물스러운 날들 그대 용서해 주실 거지요
때로는 하루가 고장 난 시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허황한 꿈을 꾸어도 봐요 해질 무렵 어둠이 내리는 산야에 당신의 갑작스러운 출현으로 '오늘 그대에게 보내는 특별한 선물이야'하며 환한 하늘을 보내는 당신의 뜨거운 포옹을 받고 싶어요 지친 하루가 백양나무 숲을 지나왔던 그때의 은빛 노래로 한 아름 채워질 것 같거든요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너무 짧아서 듣고 싶고 보고 싶고 만지고 싶어도 말 한마디 따스하게 건네지 못하는 아쉬움 나만의 아픔만은 아닐 거예요 당신도 내 마음을 느낄 것 같아서요
비껴만 가는 현실 그리움도 온 길을 되돌아오다가 길을 잃곤 해요 바람이 짓궂게 방해도 해요 자동차 열쇠를 차 안에 둔 채 문을 잠그고 밖에서 떨기도 해요 남아 있는 기억의 수채화에 나도 모르게 하얀 물감을 많이 섞었나 봐요
그대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아도 당신을 읽을 수 있었던 축복 목이 타도록 되뇝니다 항체가 아주 작아졌어요 에너지가 낮아져서 당신의 그림자도 바래어졌어요
미안하다는 말만 하게 되네요 전화로도 닿지 않고 편지를 쓰지도 못하고 문자로도 눌러지지 않아 답답해요 그분이 주신 만큼의 흔들리는 배에서 울렁거리면서도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내 침묵이 게으름이라 탓하지 마셔요 느려 보이는 걸음이 서럽다 하지도 마세요 내 영혼의 비틀거림이 가난하다고 외면하지도 말아 주세요
살찐 꽃잎 도톰히 대문에 걸어 두오니
그대, 내가 가지 않아도 
친한 걸음으로 문을 두드려 주세요
우리는 서로를 느낄 수 있잖아요
변명처럼 들리는 바람의 소리로 
안부를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