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편지 / 동목 지소영
소리 없이 찾아와
눈을 감기는 당신의 출현을 마다치 않고
가슴을 엽니다
오랜 연인처럼 편안한 부드러움
손으로 쓴 편지를 읽는 것 같아요
가까이 귀 기울이면
타인의 옷을 입은 것 같아
눈물이 나오기도 하지만
멀어지는 예감으로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 주세요
서로 바라보다가
못다 한 얘기로 벙어리처럼 글썽이면
말없이 당신을 안을게요
조금씩만 덜 외면하기로 해요
덜 무심해지자고요
그리움 잎맥이 되어
위로 아래로 터진 실핏줄이 보이지요
야릇한 기류로 당신을 감싸려고
잎 성을 쌓았어요
줄기가 흔들리면 당신께 기댈게요
한 번의 상견례일지라도
이미 순결을 잃은걸요
어두운 바다를 지나고
거친 산길을 돌아와
조용히 드러내는 당신의 방
살냄새가 불립니다
좀은 느리고 까다로운 성감대를
툭툭 건드리며
눈여겨 살핍니다
갈래머리 땋듯 한 계단씩 내려와 봐요
나만큼 전율이 오나요
차갑고 어두웠던 시간 한 꺼풀씩 뜯어내어요
따스하게 영글어 보자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