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풍 지는 어느 날 / 동목 지소영
빛처럼 돌아온 너를 쓸쓸히 맞는다
어디에도 너의 아픈 자국은 찾을 수 없고
네가 벗어던진 화려한 옷들은
하늘만 메우고 있구나
새의 날개처럼 쏟아지는 창공
바빠지는 숨을 가누지 못하고 너에게 안긴다
예감을 넘어온 걸음
뜨겁게 안았던 그날들이
그리움으로 다독거리고 있다
포개는 숨결마다 더 태우라 하고
사양했던 슬픔은 눈이 멀도록 부시다
떠나야 한다면 미리 보내고 싶다
부서지고 사라질 것들
너를 잊기 전에 내 것이라며 깃발을 꽂아두고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망각을 심겠다
조밀해지는 기억의 밭은 휴면시키고
못 견디게 보고 싶으면 욕망을 핑계도 하며
바람이 모아둔 것들 아래
겸손히 닻을 풀겠다
단풍 지는 어느 날
못다 한 이야기 켜켜이 쌓였어도
갈급한 만큼 세상은 수척해졌어도
네가 버린 것들
너에게서 돌연변이하고 만 옛 찻집의 추억까지
내 마음의 뜰에 차곡차곡 심을 것이다
유효기간, 미아가 될 때까지
출처 : 천년그리움이 흐르는 강
글쓴이 : 동목 지소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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